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(의료 칼럼) 박준우 원장의 환자 경험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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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자 든든한병원 작성일19-03-04 16:13 조회7,751회 댓글0건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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대구시 의사회 기획 이사
든든한병원 대표 원장
 정형외과 전문의 박 준우
 
 
 
 
“악!”

새하얀 눈 위에서 올겨울 첫 스키를 즐기고 마지막으로 내려오던 슬로프였다.

스키가 눈에 박히면서 왼쪽 무릎이 비틀려버렸다.
​
정말 1초 정도의 짧은 순간이었지만 넘어지는 그 순간 바로 알았다.
​
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었다. 잠시 새파란 하늘을 바라보는 순간에 후회가 밀려왔다.
​
나도 이제 40 중반에 접어든 나이를 잊은 채 너무 무리하게 스키를 탄 게 아닌가 하면서,
​
혹여라도 많이 다쳤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을 하면서.

그냥 심하게 접지른 거라 위로하며 일어나보려 했지만 다리를 디딜 수가 없었다.

매번 내가 진료실에서 만나는 환자들이 다쳤을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?

내려가던 다른 어떤 분이 도와주셔서 패트롤 카를 타고는 베이스까지 내려왔다.
​
 의무실에 가서 간단한 처치를 했지만, 점점 다리가 부어오르고 통증도 심해지기 시작하면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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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의 걱정은 현실이 되어가고 있었다.

3시간 넘게 버스를 타고 대구로 내려와 검사를 했더니 역시나 골절이 있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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관절이 함몰되는 골절이라 수술도 꼭 해야 하는 상태였고 인대랑 근육 손상도 심해서
​
수술을 하더라도 3개월은 목발 신세를 져야 하는 상태였다.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.

하루에도 몇 명씩 다리를 다치고 골절이 되는 환자들을 보는 내가
​
직접 다쳐서 수술까지 해야한다니. 당장 진료를 어떻게 볼 것이며
​
내일도 수술이 예약되어 있던 환자들께 뭐라고 얘기를 해야할지 걱정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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잠을 이룰 수 없었다.
​
 매일 하는 수술을 내가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사실 겁도 약간 났고
​
수술 후에 재활을 할 걱정도 들었다. 당장 다리를 다치고 나니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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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불편한 게 이만저만이 아니었다. 화장실을 가려고 해도
​
깁스를 한 다리가 맘대로 되지도 않았고
​
휠체어도 난생 처음 타는거라 익숙하지 않았다.

다음 날 오후 늦게서야 수술실로 들어갔다.
​
 실제로 침대에 누워서 수술실로 이동하는데 왜 그리 시간이 길게 느껴지는지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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수술을 마치고 몽롱하니 병실로 돌아오니 팔에는 링거가 주렁주렁 달려있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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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리는 마취가 풀려가면서 점점 아파오는데 무통 주사를 아무리 눌러대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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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픈 게 해결이 안되었다. 밤새 30분 정도 잠을 잔 거 같다.
​
아내는 불편한 보호자 침대에서 내 간호를 하느라 같이 잠을 못 잤다.

의사가 되어 수술을 시작한지 벌써 20년이 다 되어 가는데
​
내가 직접 환자가 되고 수술을 받아보니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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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동안 내가 환자들의 고통을 10분의 1도 몰랐구나 하는 반성이 되었다.
​
수술 전의 두려움, 수술실 가는 길에 느끼는 공포, 수술 후에 느끼는 통증, 가족들의 고충,
​
병실 생활의 불편감 등등.

그냥 너무 쉽게 환자들에게 수술을 설명하고 해 왔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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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. 휠체어 타기, 목발 짚기 같은 게 너무 불편하고 힘들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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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세수를 한번 하려 해도 목발을 짚은 채로는 손이 자유롭지 않아 힘들었고,
​
침대에 오르내리는 것도 혼자서는 정말 힘들었다.

작은 턱만 있어도 휠체어가 걸려서 넘기 힘들었고 엘리베이터가 없는 곳은
​
다닐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. 목발을 짚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.

내가 보는 대부분의 환자 분들도 나랑 같은 시간을 다 보냈으려니
​
생각하니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. 너무도 쉽게 목발 짚고 다니시라고,
​
 다리 디디지 마시라고, 계단도 연습하시면 하실 수 있다고 말을 해온
​
내 자신이 부끄러웠다.

2주간의 입원 생활을 마치고는 수술은 못하지만 외래 진료는 시작을 했다.
​
 2주를 기다려오신 환자분들게 일일이 감사의 마음을 다 전해드리지는 못했지만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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최선을 다해 진료를 했다.

하루종일 앉아서 진료를 하니 집에 가면 다리가 퉁퉁 부어오르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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밤에도 아파서 몇 번이나 깨면서도, 정형외과 의사로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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더욱 환자들에게 겸손하고 그들의 고통을 제대로 잘 이해하라고 주신 기회라 생각하면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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열심히 진료를 했다.

몇몇 환자분들께는 제가 너무 무심했던 것 같다고 사과도 드렸다.

이번에 다치면서 정말 느낀 것 중 하나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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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바로 우리나라의 장애우들에 대한 시설들이 얼마나 열약한지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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병원 시설은 그나마 편했지만 밖으로 한 발짝만 나가면 온통 힘든 것뿐이었다.
​
앞으로 정말 개선을 많이 해야할 것 같다.

다친지 벌써 2개월이 되었다.
​
이제는 목발 짚는 것도 너무 자연스럽고 깁스도 풀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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약간씩 디디기도 해서 처음보다는 훨씬 편해졌다.
​
조만간 수술도 다시 시작할 예정이다.

오늘도 엘리베이터에서 다치고 처음 진료보는 할머니께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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걱정스레 말씀하신다.

“아이고, 지는예 의사 선생님들은 안 다치는줄 알았으예.
​
많이 다쳤능교?”

“할머니, 이제 많이 나았어요. 의사도 사람이더라구요. 하하하.”

출처 : 대구신문(http://www.idaegu.co.kr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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